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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2025 노벨 물리학상, 양자컴퓨터에 다시 주목!

by steady info runner 202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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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올해의 영광은 양자컴퓨터 개발의 핵심적인 토대를 마련한 3인의 물리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특히 이들의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의 양자 현상을 '전기 회로'라는 거시세계에서 구현하고 증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더 이상 공상 과학 속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을 바꿀 현실 세계의 기술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음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2022년 양자 얽힘 연구에 이어 또다시 양자 정보 과학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합니다.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의 주요 연구 내용과 함께, 양자컴퓨터의 기본 원리인 양자역학의 개념, 그리고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미래 활용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025 노벨 물리학상: 거시세계에서 양자 터널링을 증명하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수십 년간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양자 터널링' 현상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기 회로'와 유사한 거시적인 시스템에서 실험적으로 입증해냈습니다.

양자 터널링 (Quantum Tunneling)이란?

우리가 사는 고전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공이 자신의 에너지보다 높은 벽을 넘어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원자나 전자 같은 아주 작은 미시세계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입자는 동시에 파동의 성질을 갖습니다. 이 때문에 입자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보다 높은 에너지 장벽을 만났을 때, 일정 확률로 그 장벽을 '뚫고' 반대편으로 통과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를 '양자 터널링'이라고 부릅니다.

전기 회로에서 양자 현상을 구현한 의미

이전까지 양자 터널링은 원자핵 융합이나 반도체 내부의 전자 이동 등 매우 작은 영역에서만 관측되는 현상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수상자들은 '초전도 전기 회로'와 같이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시스템에서도 에너지 장벽을 넘어서는 양자 터널링 현상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미시세계의 신비한 법칙이 거시세계에서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획기적인 성과입니다.

이들의 연구는 곧 '에너지 양자화' (에너지가 연속적이지 않고 띄엄띄엄한 값을 가짐)를 전기 회로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인 '큐비트(Qubit)'를 만들고 제어하는 핵심 기술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양자컴퓨터의 핵심 원리: 중첩과 얽힘

양자컴퓨터가 어떻게 기존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는 막강한 성능을 내는지 이해하려면, 양자역학의 두 가지 핵심적인 특징인 '중첩'과 '얽힘'을 알아야 합니다.

1. 양자 중첩 (Quantum Superposition)

고전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비트(Bit)'는 0 또는 1, 둘 중 하나의 상태만을 가집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Qubit)'는 양자 중첩 원리에 따라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습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비유로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밀폐된 상자 속 고양이는 외부에서 관측하기 전까지 '살아있는 상태'와 '죽은 상태'로 '중첩'되어 존재합니다. 하지만 관측자가 상자를 여는 순간(관측), 고양이의 상태는 '살아있음' 또는 '죽음' 중 하나로 확정됩니다. (이를 '양자 붕괴'라고 합니다.)

큐비트 역시 마찬가지로, 연산 중에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지며 병렬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다가, 우리가 결과를 확인(관측)하는 순간 0 또는 1의 값으로 확정됩니다.

 

2. 양자 얽힘 (Quantum Entanglement)

양자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양자 입자가 신비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는 현상입니다. 이 입자들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예: 지구와 달),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는 순간 다른 입자의 상태도 즉시 결정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현상을 '유령 같은 원격 작용(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 부르며 믿기 어려워했지만, 202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이 얽힘 현상이 실제로 존재함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이 얽힘 현상을 이용해 큐비트들을 서로 연결하고, 하나의 연산이 다른 모든 큐비트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여 연산 속도를 기하급수적으로 향상시킵니다.

비트(Bit)를 넘어선 큐비트(Qubit)의 세계

양자컴퓨터가 왜 강력할까요? 바로 '큐비트'의 중첩과 얽힘을 통한 병렬 연산 능력 때문입니다.

  • 고전 컴퓨터: 3개의 비트가 있다면 $000$부터 $111$까지 8가지($2^3$) 상태 중 하나만 표현할 수 있습니다. 8가지 경우를 모두 계산하려면 8번의 연산이 필요합니다.
  • 양자컴퓨터: 3개의 큐비트가 있다면 8가지($2^3$) 상태 전부를 동시에 표현하고 단 한 번의 연산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의 수가 $n$개로 늘어나면 양자컴퓨터는 $2^n$개의 상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가 300개만 되어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동시에 계산할 수 있게 됩니다.

고전 컴퓨터 vs 양자컴퓨터 비교

특징 고전 컴퓨터 (Classical Computer) 양자컴퓨터 (Quantum Computer)
기본 단위 비트 (Bit) 큐비트 (Qubit)
정보 표현 0 또는 1 (하나의 상태만 가짐) 0 1의 중첩 (동시에 여러 상태)
연산 방식 순차적 처리 (직렬) 병렬 처리 (중첩, 얽힘 활용)
핵심 원리 고전 물리학 양자역학
강력한 분야 일상적인 계산, 데이터 저장, 웹 서핑 복잡한 시뮬레이션, 최적화 문제, 암호 해독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혁신적인 미래 활용처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도 수천, 수만 년이 걸리는 복잡한 문제들을 단 몇 시간,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1. 의학과 신약 개발

현재 신약 개발 과정은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구조에 맞는 화학 물질을 찾기 위해 수많은 분자 구조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양자컴퓨터는 분자 수준의 미세한 상호작용을 양자역학적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암, 알츠하이머, 혹은 미래의 신종 바이러스와 같은 난치병 치료제를 획기적으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 맞춤형 유전자 분석을 통한 정밀 의료 시대를 앞당길 것입니다.

2. 신소재 및 재료 공학

더 효율적인 배터리, 상온 초전도체, 더 가볍고 강한 항공 우주 소재 개발 등은 모두 물질 내부의 전자나 원자 상태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양자컴퓨터는 물질의 양자 상태를 직접 계산하여 새로운 물성을 예측하거나, 원하는 기능을 가진 신소재를 원자 단위에서부터 설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3. 해킹이 불가능한 보안: 양자 암호 통신

양자컴퓨터의 막강한 연산력은 역설적으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암호 체계(RSA 등)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협이 됩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동시에 완벽한 보안의 열쇠도 제공합니다. 양자 중첩이나 얽힘 상태의 정보를 누군가 중간에 가로채려 '관측'하는 순간, 양자 상태가 붕괴(변질)되어 정보 자체가 손상됩니다. 즉, 도청 시도 자체가 즉시 발각됩니다.

이를 활용한 '양자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기술은 이론적으로 해킹이나 도청이 불가능한 차세대 보안 통신망으로, 이미 일부 분야에서 실험적 상용화가 진행 중입니다.

양자 혁명을 향한 인류의 발걸음

2022년 양자 얽힘의 실재를 증명한 연구에 이어, 2025년 거시세계에서의 양자 터널링 구현 연구까지 노벨 물리학상이 연이어 양자 기술 분야에 수여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양자역학이 더 이상 물리학 교과서 속 난해한 이론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바꿀 '2차 양자 혁명'이 이미 우리 곁에서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증거입니다.
우리나라도 올해 '퀀텀 이니셔티브' 전략을 발표하며 양자컴퓨터 및 양자 기술 확보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양자 시대에 우리나라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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