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0만 달러가 무너졌습니다. 이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365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한 사건으로, 시장에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구조적인 약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비트코인은 10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126,279달러) 대비 약 20% 하락하며 11월 4일에는 98,000달러 선까지 밀려났습니다. 11월 8일 기준, 101,000달러에서 103,000달러 사이에서 위태로운 횡보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기관 투자자의 이탈과 장기 보유자의 매도세, 그리고 이를 받쳐줄 신규 수요의 부재입니다. 본문에서는 현재 비트코인 시장이 직면한 핵심 위기 요인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1. 10만 달러 붕괴와 '제로' 스코어의 공포
현재의 가격 하락은 단순한 조정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표 중 하나는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불 스코어 인덱스(Bull Score Index)'가 이번 주 '0'으로 급락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지수가 0을 기록한 것은 마지막 대규모 약세장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2년 1월 이후 처음입니다.
'불 스코어 인덱스'는 MVRV 비율, ETF 자금 흐름, 스테이블코인 유동성 등 10가지 주요 온체인 및 시장 지표를 복합적으로 추적합니다. 현재 값이 0이라는 것은, 이 10개 지표 모두가 추세선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시장의 근본적인 체력이 심각하게 약화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2022년 이후 처음으로 365일 이동평균선(MA)이 무너졌다는 점은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훼손되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게 합니다. 이는 기술적 분석가들에게 매우 강력한 약세 신호로 해석됩니다.
2. 기관 자금의 대규모 이탈: ETF '패닉 셀'
이번 하락을 주도한 가장 큰 요인은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의 기록적인 자금 유출입니다. 기관 수요의 약화는 시장의 '바닥'을 무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11월 7일 하루에만 총 5억 5,840만 달러(약 7,700억 원)의 순 유출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ETF 펀드 출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단일 일 인출액입니다.
이러한 자금 이탈은 특정 펀드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 피델리티 (FBTC): 2억 5,670만 달러 유출을 주도했습니다.
- 6일 연속 유출: 11월 7일 이전, 이미 6일간의 연속 유출로 약 29억 달러가 빠져나갔습니다.
- 일시적 반등의 한계: 11월 6일, 2억 4천만 달러의 자금이 잠시 유입되었으나, 이는 하락 추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으며 오히려 '데드 캣 바운스'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ETF 자금의 대규모 이탈은 비트코인 가격을 지탱해 온 핵심 동력이었던 '기관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최근 비트코인 ETF 자금 흐름 요약
| 날짜 | 이벤트 | 유출 규모 | 주요 내용 |
|---|---|---|---|
| 11월 7일 | 대규모 유출 | -5억 5,840만 달러 | 역대 2번째 규모, 피델리티(FBTC) 주도 |
| 11월 초 (6일간) | 연속 유출 | 약 -29억 달러 | 지속적인 매도 압력 발생 |
| 11월 6일 | 일시적 유입 | +2억 4천만 달러 | 추세를 바꾸지 못한 단기 유입 |
3. '수요 절벽'에 직면한 장기 보유자의 매도
기관뿐만 아니라, 시장의 '스마트 머니'로 불리는 장기 보유자(Long-Term Holders)들 역시 매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매도 물량을 받아줄 신규 수요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크립토퀀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장기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약 430억 달러에서 450억 달러 상당의 BTC를 매도했습니다.
훌리오 모레노(Julio Moreno) 크립토퀀트 연구 책임자는 "이전 강세장 국면과는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수요가 위축되어 더 높은 가격에서 발생하는 장기 보유자의 공급(매도 물량)을 시장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과거 강세장에서는 장기 보유자가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하더라도,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수요)이 이를 상쇄하며 가격이 추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 물량이 시장에 그대로 쌓이며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는, 전형적인 '수요 절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4. 글래스노드의 중립적 관측: "아직 항복은 아니다"
비관적인 신호가 지배적인 가운데, 온체인 분석 기업 글래스노드(Glassnode)는 다소 신중한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이들은 현재 상황을 '깊은 항복(Deep Surrender)'이 아닌 '완만한 약세 국면(Mild Bear Phase)'으로 규정했습니다.
글래스노드가 '아직 최악은 아니다'라고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수익 중인 공급량: 비트코인 전체 공급량의 71%는 여전히 수익(Profit)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낮은 미실현 손실: 상대적 미실현 손실은 3.1%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는 통상적으로 심각한 하락장을 나타내는 임계값인 5%를 훨씬 밑도는 수치입니다.
즉, 아직은 시장 참여자 다수가 공포에 질려 투매하는 '항복'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핵심 저항선: 11만 2천 달러
글래스노드는 "$100k 방어"라는 제목의 분석에서, 비트코인이 새로운 수요가 유입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단기 보유자(Short-Term Holder)의 평균 매입가인 112,000달러에서 113,000달러 범위를 되찾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 가격대는 최근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의 '본전' 가격입니다. 이 저항선을 다시 상향 돌파해야만 시장 심리가 회복되고 하락 추세가 반전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5. 거시 경제 악재와 캐시 우드의 하향 조정
암호화폐 시장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외부 거시 경제 환경도 유동성을 고갈시키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현재 6주 차에 접어든 미국 정부 셧다운 사태는 금융 시장에서 약 7,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고갈시킨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고 위험 자산(주식, 암호화폐 등)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비트코인 시장 약세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표적인 비트코인 강세론자인 ARK 인베스트의 CEO 캐시 우드(Cathie Wood)는 이번 주 2030년 장기 비트코인 가격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 기존 목표: $150만 (추정)
- 신규 목표: $120만
캐시 우드는 목표치 하향 이유로, 당초 비트코인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신흥 시장의 '가치 저장 수단' 및 '결제 수단' 역할을 스테이블코인이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사용 사례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시장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비트코인 시장은 10만 달러라는 중요 지지선이 무너진 채, 기관의 이탈, 장기 보유자의 매도, 신규 수요의 부재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습니다. 거시 경제의 유동성 고갈까지 겹치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글래스노드가 제시한 11만 2천 달러 선의 회복 여부가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