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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지식

에반게리온 '사도'는 왜 인류를 공격할까? (아담, 릴리스, 세계관 총정리)

by steady info runner 2025.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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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모든 것의 시작: 태초의 '신'과 생명의 씨앗
  2. 운명의 장난: 지구에 도착한 두 개의 '씨앗'
  3. 사도(使徒)란 무엇인가? 그들의 목적
  4. 인류 vs 사도: 피할 수 없는 생존 전쟁
  5. 사도 이름에 숨겨진 신화적 의미
  6. 단순한 괴물이 아닌, 인류 내면의 거울
  7. 결론: 정해진 운명과 '자유 의지'의 싸움

 

1. 모든 것의 시작: 태초의 '신'과 생명의 씨앗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거대한 이야기는 단순한 로봇 전투가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수십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장대한 우주적 서사가 깔려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에는 '제1시조민족'이라 불리는, 신과 같이 전능한 고대 문명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불멸의 육신과 초월적인 지성을 가졌지만, 어떤 이유로
멸망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유산을 우주에 퍼뜨리기 위해 '생명의 씨앗'을 만들어 여러 행성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 자신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중요한 안전장치를 두었습니다.

바로 '지혜'와 '생명'의 힘을 둘로 나눈 것입니다.

  • 지혜의 열매: 지성을 갖추고 문명을 이루지만, 유한한 생명을 가짐 (인류)
  • 생명의 열매: 무한한 생명력과 강력한 힘을 갖지만, 지성이 없음 (사도)

하나의 행성에는 오직 하나의 '씨앗'만이 정착하여 그 행성의 지배자가 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만약 두 개의 씨앗이 한 행성에 만나게 되면, '임팩트'라는 대재앙이 일어나 모든 것이 리셋되도록 말이죠.

 

운명의 장난: 지구에 도착한 두 개의 '씨앗'

수십억 년 전, '생명의 열매'를 지닌 '하얀 달'의 아담(Adam)이 가장 먼저 지구의 남극에 도착했습니다. 아담은 지구에서 '사도'라 불리는 강력한 생명체들을 퍼뜨릴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지혜의 열매'를 지닌 '검은 달'의 릴리스(Lilith)가 운석 충돌로 인해 궤도를 이탈하여 지구(현재의 일본)에 불시착하고 맙니다.

하나의 행성에 두 개의 씨앗이 존재하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때 제1시조민족이 설정한 안전장치, '롱기누스의 창'이 작동합니다. 이 창은 시스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먼저 도착해있던 '아담'을 봉인시켜 버렸습니다.

결국, 나중에 도착한 릴리스가 지구의 주도권을 차지하게 되었고, 그녀는 자신의 체액(LCL)으로 지구를 뒤덮어 생명을 창조해냅니다.

그 생명이 바로 '지혜의 열매'를 물려받은, 우리 '인류(릴림)'입니다.

 

사도(使徒)란 무엇인가? 그들의 목적

'사도'는 본래 지구의 주인이 될 뻔했던 '아담'의 자손들입니다.

아담은 롱기누스의 창에 의해 봉인되었지만, 2000년대 초반 인간들의 무분별한 호기심과 실험(세컨드 임팩트)으로 인해 각성 직전까지 갔다가 폭발하며 전 세계로 흩어지게 됩니다.

이 아담의 파편들이 '생명의 열매'가 가진 힘으로 다시 형체를 갖추고 태어난 존재가 바로 우리가 아는 '사도'입니다.

그들은 지성은 없지만, 오직 하나의 본능에 따라 움직입니다.
바로 자신들의 어머니인 '아담'을 찾아가 융합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아담과 융합하여 '세컨드 임팩트'를 완성하고, 릴리스의 자손인 인류를 멸망시킨 뒤, 자신들이 본래 차지했어야 할 지구를 되찾으려 합니다.

 

인류 vs 사도: 피할 수 없는 생존 전쟁

여기서 가장 큰 비극이 발생합니다.

사도들은 자신들의 어머니 '아담'의 신호를 따라 일본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감지한 강력한 생명의 신호는 '아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네르프(NERV) 본부 지하 최하층, '센트럴 도그마'에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릴리스'의 신호였습니다.

인간들은 세컨드 임팩트 이후 아담을 태아 상태로 환원시켜 보관하고 있었고, 릴리스는 네르프 기지 지하에 숨겨두었습니다. 사도들은 이 두 존재를 구분하지 못하고, 더 강력한 신호를 내뿜는 릴리스에게 본능적으로 이끌린 것입니다.

만약 사도가 릴리스와 접촉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생명의 열매'를 가진 사도와 '지혜의 열매'를 가진 릴리스(인류의 시조)가 만나게 되면, 제1시조민족이 가장 금지했던 '두 힘의 융합'이 일어나 '서드 임팩트'가 발생합니다.

이는 곧 현재 지구의 지배자인 '인류(릴림)'의 완전한 멸종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인류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에반게리온'이라는 거인을 만들어 사도와 필사적으로 싸워야만 했던 것입니다. 사도 입장에서는 빼앗긴 고향을 되찾기 위한 본능적인 귀환이며, 인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생존 전쟁인 셈입니다.

 

사도 이름에 숨겨진 신화적 의미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사도들의 이름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제3사도 사키엘(물), 제4사도 샴셸(태양), 제5사도 라미엘(천둥) 등, 대부분 유대-기독교 신화나 카발라 전승에 등장하는 '천사'들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사도(使徒)'라는 단어 자체가 영어로는 'Apostle'이지만, 작품 내에서는 'Angel(천사)'로 표기됩니다.

이는 이들의 싸움이 단순한 괴수와의 전투가 아니라, 신의 의지를 대행하는 '천사'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 사이의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대리 전쟁임을 암시합니다.

초반의 사도들이 물, 불, 바다 등 거대한 '자연의 공포' 그 자체를 상징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그 형태는 더욱 추상적이고 심리적으로 변해갑니다.

 

단순한 괴물이 아닌, 인류 내면의 거울

작품이 후반부로 갈수록 사도들은 인간의 '내면'과 '정신'을 직접적으로 공격합니다.

  • 제12사도 레리엘: 거대한 구의 형태지만, 그 본체는 그림자(무의식)이며 파일럿을 자신의 정신세계(내면) 속에 가둡니다.
  • 제15사도 아라엘: 빛의 형태로 나타나 파일럿의 가장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끄집어내 정신을 붕괴시킵니다.
  • 제16사도 아르미사엘: 침식형 사도로, 파일럿의 육체와 정신을 침식하며 '하나가 되고 싶다'는 고독의 감정을 공유하려 합니다.

즉, 사도와의 싸움은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 것을 넘어, 주인공(신지)과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트라우마, 고독, 타인에 대한 두려움 등 '내면의 적'과 싸우고 성장하는 과정 그 자체를 상징합니다.

 

결론: 정해진 운명과 '자유 의지'의 싸움

에반게리온의 사도들이 인류를 공격하는 이유는,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닙니다.

그것은 태초부터 엇갈린 두 존재, '생명의 열매'를 택한 아담의 자손(사도)과 '지혜의 열매'를 택한 릴리스의 자손(인류)이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생존 경쟁입니다.

사도들은 '아담에게 돌아간다'는 본능(결정론적 운명)에 따라 움직입니다.
반면 인류는 '지혜'를 가졌기에 고뇌하고, 고통받고, 때로는 실수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자유 의지'로 무언가를 선택하려 합니다.

마지막 사도인 '타브리스(나기사 카오루)'가 '자유 의지'라는 이름의 천사라는 점은 이 작품의 주제를 관통합니다.

결국 에반게리온의 싸움은,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운명(사도)과, 불완전하지만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려는 인간(릴림)의 자유 의지 사이의 거대한 투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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