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아지와 고양이, 정말 다른 동물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마치 비슷한 동물처럼 생각하는 건데, 수의사 관점에서 보면 생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생활 방식으로 완전히 다른 동물입니다.
강아지는 무리 동물입니다. 무리 안에서 위계질서를 형성하고, 리더(보호자)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생활합니다. 반면 고양이는 원래 솔로이스트입니다. 고양이는 혼자 사냥하고, 혼자 먹이를 찾고, 자신만의 영역을 지키는 동물이죠.
🐕 강아지의 성향
- 보호자를 따라다님
- 산책과 활동 에너지 많음
- 다른 동물과의 상호작용 즐김
- 자기 영역 개념이 약함
🐱 고양이의 성향
-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필요
- 움직임이 예측 불가능
- 자신의 영역에 민감함
- 타동물 접촉을 선택적으로 함
이 차이를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합사의 첫 번째 단계입니다.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기보다는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2. 합사 성공률, 언제 시작하느냐가 결정한다
합사의 성공률은 동물의 나이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 합사 조건 | 성공률 | 특징 | 기간 |
|---|---|---|---|
| 새끼 고양이 + 새끼 강아지 (3개월령) | 100% | 서로 따라하고 배움 | 평생 가능 |
| 어른 동물 + 새끼 동물 | 75% | 새끼가 적응하는 방식 | 사회화 가능 |
| 성견 + 성묘 | 50% | 이미 성격 정해짐 | 긴 시간 필요 |
가장 좋은 시점은 두 동물 모두 3개월령 전후일 때입니다. 이 시기는 생물학적으로 '사회화 윈도우'라고 불리는데, 뇌가 새로운 자극에 가장 열려있는 시기거든요. 이 때 함께 자란 새끼 고양이와 강아지는 서로의 행동을 따라하고 배우며 진정한 의미의 친구 관계를 만들어갑니다.
만약 이미 성인 동물이 한 마리 있다면, 새끼 동물을 들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성견이 있는 집에 새끼 고양이를 들이거나, 성묘가 있는 집에 새끼 강아지를 들이는 방식이죠. 특히 강아지가 먼저 가족이 된 후 고양이를 입양하는 게 성공률이 높습니다. 강아지는 새로운 식구를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고양이보다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성묘가 먼저 있고 성견을 들이려 한다면? 이건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50%의 성공률은 앞의 두 경우와 비교하면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뜻이니까요.
3. 합사 초기 72시간이 중요한 이유
동물을 집에 처음 들였을 때, 첫 3일은 긴장의 연속입니다. 낯선 환경, 낯선 동물, 낯선 냄새. 이 모든 게 뇌에 자극이 되고 스트레스가 됩니다.
처음 이틀 정도는 두 동물이 서로 경계 모드에 있습니다. 강아지가 "어, 너 뭐야? 놀자? 친구 되자?"라고 다가가고 싶어하는데, 고양이는 "진정 좀 해"라는 표정으로 등을 보이죠. 이 때 보호자가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사이가 안 좋은 건가?" 걱정하며 개입하는 것입니다.
💡 이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냥 두면 1주일 정도면 어느 정도 적응합니다. 초반의 긴장감은 없어지고,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를 의식하지 않게 되죠.
물론 계속 자주 만나야 합니다. 3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식으로 가끔 만나는 것보다 자주 함께 있는 게 훨씬 낫습니다.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아, 얘 위험한 애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4. 공간 배치가 성공의 80%를 좌우한다
이건 합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같은 공간에 산다는 건 결국 공간 전쟁이기 때문입니다.
강아지는 보호자가 있는 소파 근처를 계속 맴돕니다. 보호자가 있으니까요. 문제는 고양이도 그 공간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양이는 밀려나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 해결법은 수직 공간입니다
소파 위나 그 근처에 고양이만 올라갈 수 있는 높은 선반이나 캣타워를 설치하세요. 강아지는 점프력이 없으니 올라올 수 없지만, 고양이는 쉽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고양이도 보호자 근처에 있으면서도 강아지의 방해를 받지 않게 됩니다.
🏗️ 거실 동선 분리
강아지가 다니는 길과 고양이가 다니는 길을 나눠야 해요. 고양이가 바닥을 밟지 않고도 거실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가구를 배치하면 좋습니다.
- 창문 선반 활용
- 책장 상판으로 길 만들기
- 캣계단으로 연결하기
배변과 밥 공간은 절대 같은 곳에 두면 안 됩니다. 고양이 모래상자는 강아지가 접근할 수 없는 별도의 공간에 두세요. 고양이는 자신의 배변 공간이 침범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5. 사료는 절대 섞으면 안 되는 이유
강아지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면서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이 "사료를 섞어서 줘도 괜찮나?"입니다. 답은 절대 안 됩니다.
왜일까요? 고양이는 완전한 육식동물이고, 강아지는 잡식동물이기 때문입니다.
⚠️ 고양이에게 강아지 사료를 먹이면?
고양이는 특정 영양소를 체내에서 합성하지 못합니다. 특히 타우린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면 심장 질환, 눈 질환까지 올 수 있습니다. 강아지 사료에는 이런 영양소가 충분하지 않아요. 장기간 급여하면:
- 털 빠짐
- 피부 면역 저하
- 저단백혈증
- 심장 문제
반대로 고양이 사료를 강아지가 먹으면 어떨까요? 영양학적으로는 큰 문제가 안 되지만, 단백질이 너무 많아서 배변의 냄새가 심해집니다. 특히 노령견은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요.
✅ 결론
각각 사료를 분리해서 급여하세요. 자율 급식을 한다면 고양이 밥은 강아지가 접근할 수 없는 높은 곳에 두면 됩니다.
6. 합사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건강 관리
합사 전에는 두 동물 모두 수의사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 합사 전 체크리스트
- 건강 검진 - 전염병이 없는지 확인
- 백신 접종 - 필수 백신(FVRCP, DHPP 등) 완료 확인
- 기생충 검사 - 내·외부 기생충 여부 확인
- 스트레스 관리 - 합사 1주일 전부터 점진적으로 준비
특히 새로운 동물을 입양했다면, 합사 후 최소 2주간은 별도의 격리 공간에서 지내게 해주세요. 이건 고양이끼리의 합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염병이 발현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7. 강아지가 고양이 대변을 먹는 문제 (맛동산)
수의사들이 "맛동산"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습니다. 강아지가 고양이 모래상자의 대변을 먹는 것입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입니다. 자신의 배변 공간이 침범당했다는 뜻이니까요. 이 때문에 고양이는 다른 장소에 배변을 하거나 스트레스성 질환을 앓을 수도 있습니다.
🔒 해결법
- 고양이 모래상자를 강아지가 절대 접근할 수 없는 공간에 두기
- 아기 보호용 게이트로 작은 문을 만들어서 고양이만 통과 가능하게 하기
- 모래상자를 높은 곳에 두기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공간을 만들어도 합사는 실패할 수 있습니다.
8. 합사 후 일상에서 실제로 지켜야 할 것들
🐕 강아지 관리
강아지는 에너지가 많습니다. 특히 어린 강아지는 더 그렇습니다. 충분한 산책과 놀이가 없으면 그 에너지가 고양이에게 방향을 바꿀 수 있어요.
강아지는 하루에 최소 30분~1시간의 산책이 필요합니다. 이건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이유로 줄여선 안 됩니다.
🐱 고양이 관리
고양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동물입니다. 강아지가 계속 접근하려 해도 고양이가 숨어있는 공간을 존중해주세요.
고양이 평균 1가정당 1.6마리가 산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즉,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는 경우가 강아지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이건 고양이가 실내에서 충분히 자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보호자의 역할
중요한 포인트: 두 동물이 보호자에게 접근할 권리를 공평하게 주세요.
강아지가 보호자를 독점하면 고양이는 소외감을 느낍니다. 일부러라도 고양이 곁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고, 쓰다듬어주고, 놀아주세요. 특히 강아지가 보호자 곁에 있을 때 고양이가 접근하면 먼저 고양이를 쓰다듬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9. 마지막 당부: 충동적인 선물로 반려동물을 주지 마세요
🎄 충동적인 선물의 위험성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받은 동물들은 1월, 2월에 버려질 확률이 높습니다. 처음엔 귀여우니까 괜찮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배변 훈련 문제, 산책의 부담, 예상치 못한 질병 등으로 인해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에요.
💝 생명은 충동으로 시작하면 안 됩니다
3~4개월을 고민하고, 가족과 회의하고, 충분히 준비한 후에 입양해주세요.
혹시 입양을 고려한다면 보호소나 입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미 버려진 동물들을 살려주세요. 그들이 여러분의 가정에서 두 번째 삶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