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결론: "기록보다 강력한 것은 이야기다." 인쿠시 현상은 단순한 스포츠 팬덤의 진화가 아니라, K팝 덕질 문화가 스포츠계로 이동한 증거이자, "결과 → 인기"의 고전적 공식을 역전시킨 새로운 팬덤 경제학의 탄생을 의미한다.
2025년 11월 23일, MBC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의 최종회 시청률은 5.8%를 기록했다. 이는 일요일 예능으로는 이례적인 수치다. 더 놀라운 것은, 프로배구 경기 역사상 '실수가 많은' 신인 선수가 강력한 팬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몽골 출신의 인쿠시. 그녀는 월드클래스 실력도, 압도적인 피지컬도 아니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그녀의 이름을 연호한다. 이것이 2025-2026 V리그 시즌의 가장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 글은 인쿠시라는 한 선수의 인기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 팬덤의 공식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목차
1. 결과보다 과정이 먼저 팔리는 시대
기존 프로 스포츠의 스타 탄생 공식은 단순했습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결과를 증명하면, 인기가 따라왔습니다. 즉, '결과 → 인기'의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인쿠시는 이 공식을 역행합니다. 대중은 그녀가 프로 무대에서 스파이크를 때리기 전부터 그녀를 알았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서툴고 긴장된 모습, 실수를 극복하려 땀 흘리는 '과정'이 먼저 소비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노출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기 중요한 메커니즘이 작동합니다:

단계 1: 예능을 통한 '드라마 구성'
- 2025년 9월 MBC '신인감독 김연경' 방송 시작
- 호통받는 신인 인쿠시 → 계속되는 실수 → 점차 나아지는 모습
- 복합적인 감정 전선: 불안, 응원, 소소한 성장 목격
단계 2: "완성형이 아닌 성장형"의 매력
- 김연경이라는 '완성된 강자'와의 대비
- 인쿠시는 시청자와 '같은 출발선'에서 배움
- "나도 응원하면 저 사람이 더 잘할 것 같다"는 참여 심리 발동
단계 3: V리그 데뷔는 "다음 에피소드"
- 2025년 12월 19일 정관장으로 V리그 첫 경기 (GS칼텍스전)
- 역동적 공격 → 4점 기록
- 하지만 팬들이 주목한 것은 "얼마나 잘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성장했는가"
결론: 데뷔 자체가 팬들에게 '완결'이 아니라 '연속성'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실력이 완성되기 전에 서사가 먼저 완성된 유일한 사례입니다.
2. '동경'의 대상에서 '응원'의 대상으로
김연경 vs. 인쿠시: 팬 심리의 180도 회전
김연경(완성형 스타)
- 범접할 수 없는 실력
- 팬들의 감정: '동경(Awe)' →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 관점: 하향식(Top-down) 응원
- 팬 역할: 수용자, 관람객
인쿠시(성장형 선수)
- 눈에 띄는 실수와 진전
- 팬들의 감정: '공감(Empathy)' → "내가 응원해줘야 한다"
- 관점: 동등식(Horizontal) 응원
- 팬 역할: 양육자, 참여자
심리학적 분석: 왜 불완전함이 중독적일까?
이는 '아이돌 팬덤 문화'와 정확히 동일한 메커니즘입니다:
- 완벽하지 않기에 불안해 보인다
- "이 선수는 혼자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
- 실수할까 봐 조마조마하다
- 매 경기마다 감정적 투자 극대화
- 불확실성이 팬의 심박수를 올린다
- 그래서 내가 응원해 줘야 한다
- "이 선수는 우리가 키웠다"는 심리적 지분 형성
- 팬 → 수용자에서 팬 → 양육자로 신분 변화
팬투표와 구매력의 변화
2024-2025 시즌 V리그 팬 투표 결과와 2025-2026 시즌 초반 구단 굿즈 판매 현황이 이를 증명합니다:
- 실제 기록(득점 순위)과 투표 결과의 괴리 발생
- "그녀가 가장 잘해서가 아니라, 팬들과의 정서적 연결고리가 가장 단단하기 때문"
- 이는 BTS 팬덤(A.R.M.Y)의 조직화 수준을 스포츠에 적용한 것
3. 김연경이라는 보증수표와 낙수효과
신뢰자본(Trust Capital)의 이동
이 현상의 기저에는 김연경이라는 거대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MBC 예능을 통해 김연경 선수가 직접 인쿠시를 선발하고, 훈련시키고, 호통치는 과정이 국민적으로 노출되었습니다.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판단합니다:
"김연경이 가능성을 봤다면, 분명 무언가 있다."
금융 시장의 비유: 신용도와 증권화
이는 금융 시장의 '신용도 등급 이동'과 동일합니다:
- 신용도 높은 기관이 보증을 서면 → 해당 상품의 가치가 급등
- 인쿠시는 '김연경의 안목'이라는 강력한 신뢰 자본을 등에 업고 V리그에 진입했습니다
- 덕분에 대중은 그녀의 현재 실수가 아닌, 미래의 성장에 배팅하게 됩니다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의 발생
김연경 → 인쿠시로의 팬덤 전이 현황:
- 신인감독 김연경 최종회: 5.8% 시청률 (일요 예능 역대급)
- 인쿠시 V리그 데뷔 경기: 유튜브 주요 영상 200만+ 조회수
-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굿즈 판매량 3배 증가 (비공식 자료)
즉, 김연경의 명성이 제자에게 '대리인 효과'로 작동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유명인의 후광"이 아니라, "신뢰의 이전"이라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4. 경계인의 정체성: 낯설지만 익숙한 전략
기존 아시아쿼터와의 차이점
기존 아시아쿼터 선수들(특히 동남아 출신)과 인쿠시의 포지셔닝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기존 아시아쿼터 선수들
- 철저히 '가성비'와 '기록'으로만 평가
- 예: 정관장의 메가왓티 (2023-24 시즌 득점률 1위, 802득점)
- 팬 심리: "경기력만 좋으면 된다" → 결과 기반의 단순한 응원
- 향상심: 제한적
인쿠시
- 한국에서 고등학교(목포여상) 시절부터 학창 배구 경험
- 목포과학대학교 진학 (국내 진학으로 한국 적응도 높음)
- 한국어 의사소통 가능 (기존 아시아쿼터와 달리 통역 불필요)
- 완전한 외국인도, 토종도 아닌 "경계인"의 정체성
마케팅적 가치: 대체 불가능성
이러한 '경계성'은 마케팅적으로 매우 유리한 위치입니다:
- 고유한 '캐릭터' 형성 가능
- 배경 스토리(몽골 → 한국 유학 → 예능 출연 → 프로 데뷔)가 '서사'로 구성
- 기존 아시아쿼터의 틀을 벗어난 '신선함'
- 한국 팬들이 '투자'한 느낌 (한국에서 성장한 선수)
5. 스포츠 마케팅의 미래: 기록이 아닌 서사
2025 V리그 시즌의 문제의식
인쿠시 현상은 V리그, 나아가 전체 프로 스포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 더 잘하는가?"에서 "누가 더 오래 이야기되는가?"로의 전환
선수 = 아이돌화의 위험과 기회
위험 요소:
- 기록보다 '인기'에 중점을 두면 경기력 저하 우려
- 팬덤의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연예인병" 발생 가능
- 개인 스타 중심의 응원 → 팀 응원의 약화
기회 요소:
- 스포츠 저변 확대 (대학 배구의 노출도 증대)
- 여성 팬덤의 유입으로 팬덤 경제 활성화
- SNS 밈 문화와 결합한 새로운 소비 생태계
디지털 시대의 팬덤 경제학
현재 K팝이 만들어낸 "버블(Bubble)", "위버스(Weverse)", "유니버스(Universe)" 같은 팬 플랫폼이 스포츠계로 확산 중입니다:
- 12월 11일, SM엔터 자회사 '디어유'가 "버블 포 스포츠" 론칭
- 첫 라인업: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 (여자배구), 최지만(MLB)
- 구독 기반 팬-선수 일대일 메시지 서비스 도입
이는 단순한 팬 서비스가 아니라, 팬덤을 직접 수익화하는 새로운 구조입니다.
인쿠시가 증명하는 것
미인도 아니고, 월드클래스도 아니지만, 리그를 흔들고 있는 그녀가 증명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사람은 기능을 구매하지 않는다. 스토리를 구매한다."
이 명제는:
- K팝 산업에서 검증됨 (BTS의 그래미 어워드 이전부터 글로벌 팬 기반)
-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검증됨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구독자 수 = 콘텐츠 품질이 아닌 일관성과 서사)
- 이제 스포츠에서도 검증되기 시작했습니다
에필로그: 참여형 스타의 시대
인쿠시는 완성형 스타가 아닌 '참여형 스타'입니다. 팬들이 그녀의 성장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한, 이 인기는 쉽게 식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주목해야 할 것은 그녀의 득점 기록이 아닙니다. 그녀가 만들어내고 있는, 그리고 팬들과 함께 써 내려가는 드라마 그 자체입니다.
2025-2026 V리그 시즌. 인쿠시를 응원하는 것은 스포츠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한 선수의 성장 이야기의 공동 제작자가 되는 것입니다.
참고 자료
학술 자료
- 대한스포츠심리학회. (2021). 팬덤과 브랜드: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리뷰.
- 존 피스크. (1992). 《신수용자론》. 문화연구자의 팬덤 정의.
산업 자료
- MBC '신인감독 김연경' 최종 시청률: 5.8% / 5.9% (2025.11.23)
- 디어유 '버블 포 스포츠' 론칭 자료. (2025.12.11)
- 한국배구연맹(KOVO) V리그 2025-2026 시즌 팬 참여 통계
뉴스 출처
- 연합뉴스. "인쿠시, 여자배구 V리그 전격 데뷔". (2025.12.19)
- 오마이스타. "'원더독스 막내' 인쿠시, V리그 입성한다". (2025.12.07)
- 헤럴드경제. "'신인감독 김연경' 원더독스, 정관장 꺾고 총 4승으로 생존 확정". (2025.11.16)
밈 문화와 팬덤
- 영남일보. "[3040칼럼] '밈 문화'가 바꾸는 팬덤의 풍경". (2025.07.07)
- SBS 뉴스. "초대박 '야구 덕질'…아재 응원과 아이돌 팬덤의 결합". (202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