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과 드라마가 숨 쉬는 곳, 하동 최참판댁을 걷다

어떤 장소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됩니다. 경상남도 하동에 자리 잡은 최참판댁이 바로 그런 곳이죠. 이곳은 단순히 잘 지어진 한옥 마을이 아닙니다. 박경리 작가의 대하소설 **<토지>**의 웅장한 서사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애틋한 로맨스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책과 드라마를 통해 상상만 했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이 공간으로, 지금부터 저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나볼까요?

최참판댁, 소설 <토지>의 현실이 되다
대부분의 사람이 최참판댁을 드라마 촬영지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이곳은 500여 년 한국 근현대사를 담은 소설 <토지>의 배경을 재현한 곳입니다. 소설 속 최씨 일가가 살던 그 웅장하고 견고한 한옥의 모습을 고증을 거쳐 완벽하게 재탄생시켰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규모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마치 조선 시대로 통하는 문을 통과한 듯한 느낌이 들죠. 최참판댁 본채를 중심으로 별채, 사랑채, 행랑채 등 14채의 한옥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그 주변으로는 옛 초가집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세트장이 아니라, 마치 진짜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대문부터 담장, 기와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 흔적들이 보입니다. 특히 소설 속 인물들의 이름을 딴 다양한 공간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마치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숨결이 스민 곳
최참판댁이 대중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바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촬영지였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주인공인 **고애신(김태리 분)**의 집으로 등장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되었습니다. 엄숙하면서도 고고한 분위기의 한옥은 격변의 시대 속에서 나라를 지키려 했던 애기씨의 곧은 심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죠.
특히 마당에서 스승에게 총을 배웠던 장면, 등불을 들고 밤길을 걷던 모습, 그리고 한복 자락을 곱게 휘날리며 걸어가던 장면들이 모두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드라마를 감명 깊게 본 사람이라면, 최참판댁의 돌담길을 걸을 때마다 애신이가 숨어 다니던 흔적을 찾는 듯한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복을 빌려 입고 이곳을 거닐면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드라마가 선사했던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최참판댁의 사계, 가장 아름다운 순간
최참판댁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봄의 최참판댁을 가장 추천합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매화와 벚꽃이 피어나고, 푸른 잔디가 싱그러움을 더합니다. 고즈넉한 한옥과 분홍빛 꽃잎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죠.
물론 가을의 풍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돌담길을 따라 곱게 물든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마루에 앉아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드라마 속 분위기를 가장 잘 느끼고 싶다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에 방문해 보세요. 주홍빛 노을 아래 고즈넉한 한옥이 드리우는 그림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운치를 더해줍니다.

최참판댁을 넘어, 하동 여행의 낭만
최참판댁을 여행한다면 주변의 명소들도 함께 둘러보세요. 섬진강의 아름다운 물줄기를 따라 걸으며 시원한 강바람을 맞을 수 있고, 소설 <토지>의 주 무대가 되었던 평사리 들판을 거닐며 광활한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봄에는 화개장터와 쌍계사 일대에 벚꽃이 만개하여 아름다운 벚꽃 터널을 이룹니다. 이외에도 5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고하리 차밭에 들러 향긋한 차 한 잔을 즐기거나, 활기 넘치는 하동읍내 시장에서 지역 특산물을 구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최참판댁의 고즈넉함과 하동의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함께 만끽한다면, 더욱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드라마의 여운과 문학적 감수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하동 최참판댁. 이곳에서 당신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