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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 흡입력 단위가 왜 이렇게 복잡한가
삼성·LG는 '280W'를 표기하고, 다이슨은 '280AW', 중국 브랜드는 '48000Pa'를 내세웁니다. 같은 제품 카테고리인데도 숫자 크기가 수백 배 차이 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죠.
이런 혼란은 의도적입니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표기 의무가 없었던 틈을 타서, 각 제조사는 자사 제품이 가장 유리하게 보이는 단위를 골라 사용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이 실제로 더 강력한지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와트 - 진짜 흡입력을 보여주는 국제 표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가 만든 표준 규격 IEC 60312에서는 청소기 흡입력을 와트(W) 단위로 측정하도록 정해놨습니다. 이 방식은 공기 흐름량(유량)과 진공 압력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한 종합 성능 지표입니다.
청소기가 먼지를 실제로 빨아들이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는 먼지를 들어 올리는 압력, 둘째는 먼지를 이동시키는 공기 흐름입니다. 압력만 세고 공기가 안 흐르면 소용없고, 공기만 많이 흐르고 압력이 약해도 먼지가 안 들립니다.
흡입력(W) = 공기유량(L/s) × 진공압력(kPa) ÷ 1000
이 공식은 청소기가 실제 먼지를 제거하는 물리적 능력을 측정합니다. 압력과 유량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진짜 성능을 알 수 없습니다.
왜 와트가 믿을 만한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와트로 표기하는 것은 이 국제 표준을 따른 것입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독립 검증 결과, 두 회사 제품 모두 표기된 280W를 실제로 충족했습니다.
와트 표기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제품 간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100W 제품과 200W 제품을 놓고 보면 후자가 두 배 강하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복잡한 계산이나 환산이 필요 없습니다.

파스칼 - 숫자만 크게 보이는 착시 효과
중국 브랜드 제품을 보면 '48000Pa', '35000Pa' 같은 어마어마한 숫자가 적혀 있습니다. 파스칼(Pa)은 청소기 내부 진공 압력만을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압력이 높다고 흡입력이 강한 게 아닙니다.
한국소비자원의 테스트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 48000Pa로 광고된 제품의 실제 흡입력은 160W에 불과했습니다. 28000Pa 제품은 72W로 측정됐고, 이는 280W 제품의 약 4분의 1 수준입니다.
| 브랜드 | 광고 표기 | 실측 흡입력 | 검증 결과 |
|---|---|---|---|
| 삼성전자 | 280W | 280W 이상 | ✓ 충족 |
| LG전자 | 280W | 280W 이상 | ✓ 충족 |
| 다이슨 | 280AW | 280W 이상 | ✓ 충족 |
| 드리미 | 150AW | 121W | △ 80% 수준 |
| 중국 브랜드 6종 | 18000~48000Pa | 58~160W | ✗ 1/4~1/3 수준 |
파스칼 표기는 어떻게 소비자를 속이나
파스칼의 가장 큰 문제는 숫자가 부풀려 보인다는 점입니다. 100W 흡입력을 파스칼로 바꾸면 약 10000Pa가 되어 숫자가 100배 커 보입니다. 제조사는 이를 악용해 소비자에게 고성능인 것처럼 착각을 유도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파스칼만으로는 실제 청소 능력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진공 압력이 아무리 세도 공기가 흐르지 않으면 먼지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빨대로 음료를 마실 때 압력만 세고 빨대가 막혀있으면 소용없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에어와트 - 다이슨이 쓰는 단위의 정체
다이슨이 주로 사용하는 에어와트(AW)는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표준에서 통용되는 단위입니다. 와트(W)와 거의 동일한 개념으로, 공기유량과 진공압력을 곱해서 계산하는 방식도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1AW = 1W로 1:1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의 테스트에서 다이슨 제품은 280AW 표기에 대해 실제로 280W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에어와트도 안심할 수 없는 경우
주의할 점은 에어와트를 사용했다고 무조건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드리미 제품은 150AW로 광고했지만 실제 측정 결과 121W로, 표기의 약 80%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독립적인 시험기관의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충격적인 테스트 결과 공개
한국소비자원은 2025년 9월, 한국산업기술시험원과 함께 시중 무선 청소기 10종을 동일한 조건에서 직접 측정했습니다. 국제표준(IEC 62885-4)을 따라 모든 제품을 와트(W) 단위로 환산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국내 대기업 3종은 광고를 충족했지만, 중국 브랜드 6종은 58~160W에 불과했습니다. 일부 제품은 표기 수치와 실제 성능이 3배 이상 차이 났습니다.
테스트 방식의 투명성
이번 테스트는 제조사가 아닌 독립 시험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진행했습니다. 모든 제품을 동일한 환경, 동일한 장비,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했기 때문에 객관성이 보장됩니다.

똑똑한 청소기 구매 전략
2026년 초까지 국가기술표준원은 국제표준을 반영한 국가표준(KS)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새 기준이 시행되면 모든 무선 청소기는 와트(W) 단위로 통일된 흡입력을 표기해야 합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도 청소 성능, 소음, 먼지 재방출량 등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시험 설비와 세부 방법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제조사 광고가 아닌 공인된 데이터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에너지효율등급제 도입 검토
한국소비자원은 한국에너지공단에 무선 청소기를 효율관리기자재 대상 품목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유선 진공청소기는 에너지효율등급 표시 대상이지만, 무선 청소기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실현되면 에너지소비효율과 청소 성능을 함께 의무 표시해야 합니다.
1. 와트(W) 또는 에어와트(AW) 표기 제품 우선 선택
2. 파스칼(Pa)만 표기된 제품은 실제 와트 환산값 요구
3. 독립 시험기관 인증 마크 확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 KTL 등)
4. 2026년 이후에는 KS 인증 제품 선택
5. 흡입력만이 아닌 배터리 지속시간, 무게, A/S 등 종합 검토
6. 가능하다면 매장에서 직접 테스트 후 구매
무선 청소기 흡입력 표기 문제는 단순한 혼란이 아닌,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같은 가격대에서 성능이 3배 이상 차이 나는 제품을 구별할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다행히 2026년부터는 통일된 기준이 적용됩니다. 그 전까지는 와트(W)나 에어와트(AW)로 표기된 제품을 우선하고, 파스칼만 나온 제품은 제조사에 실제 와트 환산값을 문의하세요. 흡입력은 청소기의 핵심 성능이지만 유일한 기준은 아닙니다. 배터리 시간, 무게, 소음, 필터 성능, A/S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흡입력 숫자에 속지 않는 눈은 이제 갖추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