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 끓일 때 청양고추 서너 개 썰어 넣으면서, 이게 '우리 고추'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셨을 거예요. 빨갛고 매운, 이름도 국산스러운 그 청양고추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그 종자는 독일 기업 바이엘이 갖고 있어요. 재배를 할 때마다 종자를 사와야 하는 구조가 이미 몇십 년째 이어지고 있고요. 공식 자료와 종자 산업 현황을 중심으로 차분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청양고추, 원래 누가 만들었나요?
청양고추는 1980년대에 중앙종묘와 오뚜기가 공동 개발한 품종이에요. 매운맛이 강하면서도 향이 좋다는 특성 덕분에 금방 국민 고추가 됐고, 김치부터 찌개까지 한식 전반에 깊이 자리를 잡았어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청송군과 영양군에서 따왔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정된 건 아니에요.
어쨌든 개발 당시엔 분명히 한국 회사가, 한국 시장을 위해 만든 품종이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종자가 어디로 가게 될지 아무도 몰랐겠죠.
외환위기 이후 벌어진 일
1997년 IMF 외환위기는 많은 것을 바꿔놨는데, 종자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중앙종묘가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멕시코계 기업 세미니스(Seminis)에 인수됐고, 그와 함께 청양고추 종자를 포함한 여러 품종의 소유권이 통째로 넘어갔어요.
그 세미니스는 이후 미국 농업 기업 몬산토(Monsanto)에 다시 합병됐고, 몬산토는 2018년 독일 제약·화학 기업 바이엘(Bayer)에 약 63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인수됐어요. M&A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한국 땅에서 한국 농부가 한국 음식에 쓰는 고추 종자가 독일 다국적 기업의 자산 목록 한 줄로 들어가 버린 거예요.
농부 입장에서는 매 시즌마다 종자를 구입해야 해요. 이른바 'F1 하이브리드 품종'의 특성상 수확한 씨앗을 다음 해에 다시 심으면 원래 품질이 유지되지 않거든요. 사실상 매년 종자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예요.
양파·양배추도 마찬가지예요
청양고추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국내 채소 종자 시장 실태를 보면, 양파 종자의 약 80%, 양배추 종자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우리 밥상에 매일 오르는 작물인데, 그 씨앗의 출처는 해외인 셈이에요.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채소 종자 자급률은 품목에 따라 편차가 크고,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일수록 가격 협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어요. 종자 가격이 오르면 생산 비용도 오르고, 그 여파가 결국 소비자 물가로 이어지는 구조예요.
종자 주권, 왜 중요한가요?
'종자 주권(Seed Sovereignty)'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단순히 국산 씨앗을 쓰자는 감정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식량 생산의 가장 첫 단계인 종자에 대한 통제권을 자국이 가져야 한다는 얘기예요. 국가식물품종보호시스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한국 정부는 우수 종자의 개발과 품종 보호 등록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요.
다만 품종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에도 종자 수입은 계속돼요. 그래서 민간 종자 기업 육성과 공공 종자 연구 투자가 동시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거예요. 일부에서는 청양고추처럼 토종 식재료와 연결된 품종의 경우 국가가 우선 매입하거나 공공재로 관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어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그래도 어떤 씨앗에서 내 밥상이 시작되는지 한 번쯤 들여다보는 것, 그게 작은 관심이 쌓이는 방식이지 않을까 싶어요.
자주 묻는 질문
청양고추 종자는 현재 어느 기업이 소유하고 있나요?
현재는 독일 제약·농업 기업 바이엘(Bayer)이 소유하고 있어요. 중앙종묘 → 세미니스 → 몬산토 → 바이엘 순으로 M&A가 이어지면서 소유권이 이전됐어요.
청양고추를 직접 채종해서 다시 심으면 안 되나요?
F1 하이브리드 품종 특성상, 수확한 씨앗을 다시 심으면 균일한 품질이 나오지 않아요. 상업적 재배를 위해서는 매 시즌 종자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구조예요.
종자 주권이란 무엇인가요?
식량 생산의 시작점인 종자에 대한 통제권을 자국이 갖는 것을 말해요. 종자를 외국 기업에 의존하게 되면 가격 협상력 약화, 식량 안보 위협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한국의 채소 종자 자급률은 어느 정도인가요?
품목별로 편차가 크지만, 양파·양배추 등 일부 주요 채소의 경우 종자의 상당량을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농촌진흥청에서 종자 자급률 향상을 위한 연구·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에요.
정부에서 종자 주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나요?
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국산 품종 개발, 종자 기업 육성, 품종보호 등록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만 품종 개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구조예요.
청양고추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꽤 멀리까지 이어졌죠. 당장 뭔가를 바꾸기는 어렵더라도, 내 밥상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한 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오늘 찌개 끓이다 청양고추 집을 때 한 번쯤 떠올려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