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내 보증금, '나 하나쯤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전세 계약은 큰돈이 오가는 만큼, 집을 구하는 과정 전체를 '내 돈을 지키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목차
- 계약 전 필수 체크리스트 3가지
- 등기부등본, 이것 모르면 100% 당합니다
- 내 권리를 지키는 핵심 열쇠: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 전세보증보험
- 계약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마법의 특약'
## 1. 계약 전 필수 체크리스트 3가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고 바로 계약금을 보내면 안 됩니다. 최소한 아래 세 가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1) 등기부등본 확인 (가장 중요!)
등기부등본은 그 집의 '신분증'입니다. 사람 얼굴만 보고 돈을 빌려주지 않듯, 집주인 말만 믿고 계약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직접 발급받아 확인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가 보여주는 것도 100% 믿기보다, 내가 직접 다시 떼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 2) 시세 파악 (깡통전세 피하기)
'깡통전세'란 집값과 전세금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전세금이 더 높은 경우를 말합니다. 이런 집은 나중에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돌려받기 매우 어렵습니다.
KB부동산, 네이버 부동산 등을 통해 해당 건물의 실제 매매 시세를 확인하고, 내가 내야 할 보증금이 매매가의 70%를 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근저당이 있다면, '근저당 + 내 보증금'이 매매가의 70% 이하여야 합니다.)
### 3) 세금 체납 여부 확인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했다면, 이 역시 경매 시 내 보증금보다 우선하여 변제될 수 있습니다.
계약 전 '국세 완납 증명서'와 '지방세 완납 증명서'를 요구하거나, 계약서 특약에 '임대인의 세금 체납이 없을 것을 확인하며, 만일 체납 사실이 있을 시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을 넣는 것이 좋습니다.
## 2. 등기부등본, 이것 모르면 100% 당합니다
등기부등본은 복잡해 보이지만, 우리가 봐야 할 곳은 딱 두 곳입니다. 바로 '갑구'와 '을구'입니다.
### 갑구 (소유권에 관한 사항)
누가 진짜 집주인인가?
- 계약하러 나온 사람이 등기부등본 상의 소유자와 일치하는지 신분증을 대조해야 합니다. (대리인일 경우 위임장, 인감증명서 필수)
가압류, 가처분, 경매 기록은 없는가?
- '갑구'에 이런 무서운 단어가 적혀있다면, 그 집은 절대 계약하면 안 됩니다. 소유권에 문제가 생긴 집입니다.
### 을구 (소유권 이외의 권리)
근저당(빚)은 얼마나 있는가?
- '을구'에는 집주인이 이 집을 담보로 얼마나 돈을 빌렸는지(근저당) 나옵니다.
- 앞서 말했듯, '근저당 채권최고액 + 내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의 70%를 넘는지 꼭 계산해봐야 합니다.
- '채권최고액'은 실제 빌린 돈보다 120~130% 정도 높게 설정되니,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 3. 내 권리를 지키는 핵심 열쇠: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등기부등본이 깨끗한 것을 확인했다면, 이제 내 보증금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대항력: 내가 이 집에 살 권리가 있음을 제3자(새 집주인 등)에게 주장할 수 있는 힘입니다.
- 획득 조건: ① 이사(점유) + ② 전입신고
우선변제권: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다른 채권자들보다 내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 획득 조건: ① 대항력 (이사+전입신고) + ② 확정일자
### 절대 놓치면 안 되는 '효력 발생 시점'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함정이 있습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의 효력은 신고한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11월 7일 오전에 이사하고 바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았다 해도, 내 법적 권리는 11월 8일 0시부터 생깁니다.
악의적인 집주인은 바로 이 '틈'을 노립니다.
만약 집주인이 내가 잔금을 치른 11월 7일 당일 오후에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근저당)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나(세입자)의 권리: 11월 8일 0시 효력 발생
- 은행(근저당)의 권리: 11월 7일 당일 효력 발생
은행의 근저당이 내 보증금보다 순위가 앞서게 됩니다. 만약 이 집이 잘못되면, 은행이 돈을 다 가져가고 나는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습니다.
## 4.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 전세보증보험
등기부등본도 확인했고, 전입신고도 완벽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입니다.
이는 일종의 보험으로, 계약이 끝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보증기관(HUG, SGI 등)이 나에게 먼저 보증금을 돌려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알아서 받아내는 제도입니다.
-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가장 보편적이며 보증료가 저렴한 편입니다. 다만 가입 가능한 보증금 한도(수도권 7억, 그 외 5억)가 있습니다.
- SGI (서울보증보험): 보증 한도가 높지만(아파트 제한 없음), 보증료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가입 조건이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 HF (한국주택금융공사): 보증료는 저렴하나, 보통 전세대출을 받을 때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증보험은 가입 요건이 있으므로(선순위 채권 비율 등), 계약 전에 내가 이 집에 대해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5. 계약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마법의 특약'
앞서 설명한 '잔금일 당일 대출'의 위험을 막기 위해, 우리는 계약서에 안전장치를 걸어두어야 합니다. 바로 '특약사항'입니다.
계약서 작성 시, 아래와 같은 문구를 반드시 추가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해야 합니다.
[필수 특약 예시]
- "임대인은 잔금 지급일(이사일) 익일 0시까지 등기부등본 상 어떠한 권리 변동(근저당 설정, 가압류 등)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 "만약 1항을 위반할 시, 본 임대차 계약은 즉시 무효가 되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즉시 보증금 전액을 반환한다."
- "임차인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에 임대인은 적극 협조하며, 임대인의 귀책 사유로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될 시 본 계약은 무효로 하고 보증금 전액을 즉시 반환한다."
### 마치며
전세 계약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가장 큰 적입니다.
내 소중한 전 재산일 수 있는 보증금을 지키는 일은 그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조금 귀찮고 복잡하더라도, 오늘 알려드린 내용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 안전하게 보금자리를 마련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