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을 처음 준비할 때, 저도 당연히 "파리에서 출발하면 파리로 돌아와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이게 여행 동선으로도 비효율적이고, 항공권 가격으로도 더 비싼 선택이더라고요. 파리에서 로마까지 내려온 다음 로마에서 귀국하면 되는데, 굳이 파리로 되돌아가는 비행기나 기차까지 끊을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이게 바로 오픈조(Open-Jaw) 항공권, 또는 다구간 예약이라고 부르는 방식이에요. 도착 도시와 귀국 출발 도시를 다르게 잡는 것인데, 말은 어렵게 들려도 실제로 써보면 왕복보다 훨씬 간단하고 여행 동선도 자연스러워져요. 신혼여행 때 저는 이 방법으로 왕복 기준 대비 상당한 금액을 아꼈고, 덕분에 현지 파인다이닝 예약을 추가로 할 수 있었어요.
왜 더 싼지 원리부터 실제 예약 방법까지, 실사용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알려드릴게요.

왕복보다 싼 이유 — 항공사 가격 구조의 비밀
편도 두 장을 따로 사는 것보다 다구간으로 묶어서 사면 더 저렴한 데는 이유가 있어요. 항공사는 장거리 고객을 단거리 고객보다 더 우대하는 요금 구조를 갖고 있어요. 인천에서 런던까지 들어가는 손님, 그리고 파리에서 인천으로 귀국하는 손님을 항공사 입장에서는 '장거리 왕복 여행객'으로 인식하고 할인 운임을 적용해줘요.
반면 편도를 두 장 따로 끊으면 항공사는 각 구간을 독립적인 여정으로 봐요. 이 경우 편도 운임이 각각 따로 붙기 때문에, 합산하면 다구간보다 훨씬 비싸게 나오는 구조예요. 실제로 동일한 일정을 편도+편도로 따로 검색했을 때와 다구간으로 한 번에 묶어 검색했을 때 가격 차이가 10~30만 원까지 벌어지는 사례가 많아요.
한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갈 때와 올 때를 같은 도시로 맞출 필요 없다"는 거예요. 이게 오픈조의 핵심이에요.
순서 뒤집기 전략 — 방향만 바꿔도 10만 원 아끼는 법
오픈조 안에서도 하나 더 알면 좋은 전략이 있어요. 같은 두 도시라도 어느 쪽으로 들어가고 어느 쪽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게 나와요. 항공권 수요가 특정 방향으로 쏠리기 때문인데, 정석 방향을 뒤집어보는 것만으로 1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꽤 있어요.
✔ 순서 뒤집기 실전 예시
- 스페인: 마드리드 IN → 바르셀로나 OUT이 정석이라 수요가 몰려 비싸요.
▶ 바르셀로나 IN → 마드리드 OUT으로 뒤집으면 같은 일정인데 더 저렴하게 잡히는 경우가 많아요. - 영국 런던: 공항세(APD)가 유럽에서 가장 비싼 구조라, 런던에서 나가는(OUT) 쪽이 들어오는(IN) 쪽보다 세금이 훨씬 많이 붙어요.
▶ 런던 IN → 파리·암스테르담·프랑크푸르트 OUT으로 잡아야 유리해요. - 일본: 도쿄 IN → 오사카 OUT이 정석 루트예요.
▶ 도쿄로 되돌아가는 신칸센 비용(약 14만 원)이 사라지고 동선도 훨씬 자연스러워요.
지역별 꿀조합 완전 정리
여행지별로 가성비가 검증된 조합들을 정리해 드릴게요. 동선의 효율성과 항공권 절감 효과를 동시에 고려한 조합이에요.
✈️ 유럽 — 다구간의 성지
유럽은 LCC(라이언에어·이지젯)와 고속철도망이 촘촘히 깔려 있어서 도시 간 이동 비용이 적어요. 인-아웃을 다르게 잡는 게 사실상 국룰이에요.
| 추천 조합 | 특징 및 절감 포인트 |
|---|---|
| 런던 IN → 파리 OUT | 런던 공항세 회피의 정석 조합. 유로스타로 이동 가능하고 파리 귀국편 세금이 훨씬 저렴해요. |
| 파리 IN → 로마 OUT | 서유럽 핵심 코스. 로마는 한국행 직항·경유편 선택폭이 넓어 귀국편 가격이 경쟁적으로 형성돼요. |
| 프라하 IN → 부다페스트 OUT | 동유럽 가성비 조합. 두 도시 간 야간버스 요금이 저렴해서 교통비 절감 효과가 극대화돼요. |
| 바르셀로나 IN → 마드리드 OUT | 정석 반대 방향. 수요가 적어서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꼭 정방향과 비교해보세요. |
🌴 동남아 — 인접 국가를 묶으면 이득
동남아는 에어아시아·비엣젯 같은 LCC 국내선 요금이 워낙 저렴해서, 한 나라만 보기보다 인접 국가를 묶는 루트가 가성비 면에서 훨씬 이득이에요.
- 방콕 IN → 치앙마이 OUT (태국): 방콕 진입 후 북부로 올라가 치앙마이에서 바로 귀국. 방콕 왕복 후 국내선 추가비용이 사라져요.
- 다낭 IN → 호치민 OUT (베트남):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지형이라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 자체가 비효율이에요. 한 방향으로 흘러내려가는 루트가 정답이에요.
- 쿠알라룸푸르 IN → 싱가포르 OUT: 두 도시 사이 버스·기차 이동이 쉽고 요금도 저렴해요. 싱가포르 아웃 시 외항사 귀국편 프로모션도 챙길 수 있어요.
- 세부 IN → 마닐라 OUT (필리핀): 세부 다이빙·리조트 일정 후 마닐라에서 귀국하는 루트. 세부에서 마닐라 국내선이 저렴하게 뚫려 있어요.
🗽 미주 — 땅덩이가 넓어서 오픈조 효과가 극대화
미주는 도시 간 이동에 국내선 비용이 상당히 드는 곳이라, 인-아웃 설정이 곧 시간과 돈을 동시에 아끼는 공식이에요. 단, 2026년 6~7월 월드컵 기간에는 미주 전 노선 가격이 오를 수 있어요.
- 샌프란시스코 IN → LA OUT: 1번 국도 해안 드라이브를 따라 내려오는 신혼여행 최적 루트. 차로 이동하며 관광하는 일정에 딱 맞아요.
- 뉴욕 IN → 워싱턴 D.C. OUT: 동부 도시 간 암트랙 기차 이동이 저렴하고 빠릿해서 추가 교통비 부담이 적어요.
- 뉴욕 IN → 마이애미 OUT: 플로리다 해변 여행까지 연계하는 동부 종단 루트. 뉴욕 IN이 마이애미 IN보다 항공권이 저렴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요.
🗾 일본 — 신칸센 비용이 곧 절감액
일본은 도시 간 신칸센 요금이 꽤 있어서 오픈조 효과가 직접 체감이 되는 나라예요.
- 도쿄 IN → 오사카 OUT: 신칸센 왕복 비용(약 28만 원)이 절감돼요. 도쿄 → 닛코·하코네 → 교토 → 오사카 루트로 흐르면 동선도 완벽해요.
- 도쿄 IN → 후쿠오카 OUT: 큐슈 지역까지 일주하는 일정에 적합해요. 도쿄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히로시마·나가사키까지 연계하기 좋아요.
실제로 어떻게 예약하나요? — 단계별 가이드
말로 들으면 복잡할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왕복 검색이랑 큰 차이가 없어요. 어떤 경로로 들어가야 하는지만 알면 그 이후는 똑같거든요.
방법 1. 스카이스캐너·구글 플라이트 이용 (검색용)
- 앱 또는 웹사이트 진입 후 '왕복' 탭 옆의 '다구간(Multi-City)' 선택
- 1구간: 인천 → 목적지 A (입국 도시) / 날짜 입력
- 2구간: 목적지 B (출국 도시) → 인천 / 날짜 입력
- 검색 후 가격 비교 → 항공사 공홈 또는 OTA 연결
※ 스카이스캐너에서는 검색 화면 상단에 '다구간' 버튼이 '왕복', '편도' 옆에 나란히 있어요.
방법 2. 항공사 공홈 직접 예약 (결제용)
- 대한항공·아시아나 공홈 접속 → '다구간' 탭 선택
- 각 구간별 출발지·도착지·날짜 입력 (최대 4구간)
- 운임 클래스 선택 후 결제 — 한 번의 결제로 왕복 할인 운임 적용
※ 동일 항공사 동맹체(스타얼라이언스·원월드) 내 조합이면 왕복 할인 적용이 잘 돼요. 항공사가 달라지면 각 구간을 따로 끊어야 할 수 있어요.
꼭 알아야 할 주의사항 3가지 🚨
① 공항세는 '나올 때(OUT)' 도시 기준으로 붙어요
런던은 영국 공항세(APD)가 유럽 최고 수준이에요. 귀국 출발지(OUT)로 런던을 잡으면 이 세금이 고스란히 붙어요. 반드시 런던은 도착지(IN)으로 잡고, 세금이 낮은 파리·암스테르담 등에서 나오는 조합으로 구성해야 해요.
② 편도+편도로 따로 끊으면 할인이 사라져요
다구간 할인은 반드시 '다구간 예약' 기능으로 한 번에 묶어서 검색할 때만 적용돼요. 편도 따로, 편도 따로 끊으면 왕복 할인이 적용되지 않아서 합산 금액이 오히려 더 비싸지는 함정이 있어요.
③ 항공사가 달라지면 수하물 규정도 달라져요
가는 편은 대한항공, 오는 편은 유럽 LCC처럼 항공사를 섞었을 때 수하물 허용 중량이 각각 달리 적용돼요. 특히 귀국편이 LCC라면 위탁 수하물이 기본 포함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 추가 수하물 비용을 포함한 실제 가격을 꼭 계산해보고 선택해야 해요.
📌 이전 편: 땡처리·초특가 항공권을 노리고 싶다면 → 땡처리 항공권, 진짜 싸긴 한데 이것 모르면 낭패예요 (3편)
📌 다음 편: 결제 전 최종 점검이 필요하다면 → 항공권 결제 전 딱 6가지만 확인하세요 (5편 — 곧 업로드)
자주 묻는 질문 (FAQ)
오픈조 전략은 처음 써볼 때 약간 낯설게 느껴지는 게 당연해요. 그런데 한 번만 경험해보면 그다음부터는 "왜 왕복만 검색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워져요. 지역별 꿀조합 중 내 여행지와 겹치는 게 있다면, 오늘 한 번 다구간으로 검색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다음 편은 이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항공권을 다 골랐을 때 결제 직전 놓치면 억울한 것들을 체크리스트로 정리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