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요리 프로그램은 요리만 보여주지 않는다. 〈흑백요리사 시즌2〉는 단순히 셰프들의 기술 대결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안성재 셰프의 언어와 태도는 놀라울 만큼 격조 있고 따뜻하다.
목차
요리를 넘어선 ‘언어의 프로그램’
많은 요리 예능이 경쟁과 긴장감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반면, 〈흑백요리사〉는 요리의 본질과 인간적인 관계를 복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에서는 ‘평가’보다 ‘이해’가 먼저 등장한다. 심사평 한마디조차 말의 뉘앙스와 톤이 다르다. 말로 요리를 해석하고, 언어로써 감동을 돌려주는 과정이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다.

안성재 셰프가 보여주는 네 단계의 경청
안성재 셰프의 심사는 네 가지 층위로 나눌 수 있다.
- 경청: 그는 단순히 ‘맛본다’가 아니라 ‘맛을 듣는다’. 한 입의 경험 속에 담긴 셰프의 의도를 귀 기울여 읽는다.
- 독해: 재료와 조리법의 조합을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 풍부한 경험이 이 문해력을 완성한다.
- 해석: 단순한 감탄이 아닌, 요리사의 내적 의도를 추적해 맥락으로 해석한다.
- 의의 부여: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어로써 상대의 노력을 존중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존중의 언어’다.
이 네 단계는 요리뿐 아니라 디자인, 글쓰기, 음악, 교육 등 모든 창작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읽기의 기술’이기도 하다.
칭찬보다 값진 이해의 언어
누군가 자신의 일을 정확히 읽어주고, 그것을 언어로 표현해 돌려주는 일. 그 경험만큼 창작자에게 안도감을 주는 일은 드물다. 〈흑백요리사〉의 심사 과정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요리를 ‘승부의 결과’가 아닌 ‘한 사람의 진심으로 만든 작품’으로 다룬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는 패배자가 없다. 누군가의 요리가 더 특별했을 뿐, 탈락자가 모자라게 그렸던 것이 아니다. 심사위원의 태도 자체가 경청과 존중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청자에게 전달되는 진짜 힐링이다.
〈흑백요리사〉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
요즘 사회는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구조다. 인터넷 댓글에서도, 직장에서도, 누군가의 진심은 종종 크게 말하는 사람에게 밀린다. 그런 시대에 〈흑백요리사〉는 정반대의 미학을 제시한다. ‘조용하지만 정확한 경청의 힘’을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셰프들의 경쟁을 인간적인 성장으로 전화시킨다. 결국 이 무대에선 승리보다 동료의 언어를 존중하고,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이 변화된 구조가 한국 요리 문화뿐 아니라 방송 문화에도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무리 인사이트
〈흑백요리사〉를 보고 나면, 맛의 여운보다 말의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음식은 냄비에서 완성되지만, 위로는 언어에서 완성된다. 안성재 셰프의 심사는 우리 사회 전체가 배워야 할 ‘경청의 문장들’이다. 다른 사람의 노력을 정확히 읽고 존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공감과 품격이 만들어진다.
맛을 제대로 음미 하고 담겨진 의도를 듣는 사람, 그가 결국 사람의 마음도 더 정확히 읽는다.